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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약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어릴 적엔 '시간이 약'이라는 말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지금 아프고, 지금 힘들고, 지금 괴롭고, 지금 안타까운 이 마음을 보고 '시간이 약'이라며 어른들이나 선배들이 건네는 말은 위로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내가 그 나이가 되니 나도 모르게 그 위로의 말을 건네고 있습니다.

'믿어지진 않겠지만, 시간이 약이다'


약 치고는 참 효과가 늦는 약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걸린 시간만큼 효과가 있기는 합니다.

찢어질 듯 아픈 이별의 마음도,

무너질 듯 서러운 좌절의 마음도,

청천벽력 같은 황당함의 설움도,

세월이 흐르니 견딜만합니다

세월이 흐르니 걸어갈만합니다.

세월이 흐르니 아물어 갑니다

세월이 흐르니 둔해집니다

세월이 흐르니 잊힙니다.


그래야 살겠지요.

그래서 살겠지요.


어느 외로운 곳에서 아파하는 마음이 있다면,

어느 낮은 곳에서 슬퍼하는 마음 있다면,

지금 위로는 안될지 몰라도,

지금은 믿기지 않을지 몰라도,

견뎌 봅시다 시간이 약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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