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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성대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요즘 새삼스럽게 역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세계사도 그렇고 우리나라 국사도 그렇고, 내가 관심 있어 찾아보는 역사 공부는 학교 시절에 연도별로 외우던 획일적인 역사 공부와 그 감흥이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이런저런 역사 이야기를 뒤적이는 요즘은 문득 연산의 시절에 관심이 생깁니다.

폭군으로 알려진 연산의 칼바람과 장녹수의 치마가 세상을 펄럭이던 바로 그 연산군 시절입니다.

왕의 칭호를 받지 못할 만큼 폭군, 폐주로 알려진 연산군입니다.


남다른 생을 가진 복잡할 수밖에 없는 연산군의 마음은 심리학 공부를 할 때도 관심 있어 하던 캐릭터이긴 했습니다.

그런 연산군의 폭정이야 익히 알던 대로이겠지만 요즘 관심이 가는 건 그 시절의 주변 인물들입니다.


온 세상이 정치는 없는 폭력과 무질서의 세상인데 어쩌면 그 시절이 몇몇에겐 호시절 태평성대이었을 수도 있다 생각됩니다.


내시 김처선처럼 직언을 하다가 죽임을 당한 이도 있었지만,

연산의 주위에서 흥청을 모아오는 등 살살 비위를 맞춰주던 몇몇 신하들이 있습니다. 연산의 폭정엔 관심 없고 그 틈을 타 자신의 배를 불리고 세를 불리던 기회주의자들이었겠지요. 그들에겐 그 폭정의 시절이 호시절입니다.

그 폭압의 시절이 태평성대입니다.

욕먹는 왕보다 뒤에서 조종하는 그들이 더 배부를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무지 無知와 무치 無恥로 점철된 안타까움이 가득한 요즘, 지금도 어쩌면 몇몇 극렬파와 친일파들에겐 세상 부끄러울 일 없는 호시절 태평성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세상의 태평성대는 그렇게 상대적인 걸까요. 내 등 따시고, 내 배부르면 추운 겨울도 누구에겐 파라다이스인 걸까요.


연산군을 몰아낸 반정의 세력 중엔 그 측근들도 포함되어 있었다는 아이러니의 역사를 읽으며, 세상의 선한 이들을 위한 태평성대가 그리워지는 오늘입니다.


눈 내리는 오늘, 정치 생각 없이 사람 사는 마음만은 태평성대이길 기원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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