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화과 - 이재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술안주로 무화과를 먹다가
까닭없이 울컥, 눈에
물이 고였다.
꽃없이 열매 맺는 무화과
이세상에는 꽃시절도 없이
어른을 살아온 이들이 많다.
무화과(無花果) - 이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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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으며 돌아가신 아버지가 생각났습니다.
내 사춘기 시절, 밥 상엔 항상 소주 한 병을 올려놓으셨던, 당신의 술 취한 세상이 어린 마음으론 이해가 가지 않던 아버지의 세월이 생각났습니다.
그렇기도 할 겁니다.
어느 날 문득 밥 한술 뜨다가
어느 날 문득 술 한잔 들다가
돌아본 세월, 돌아본 시간에
울컥 눈물도 났을 겁니다.
담 밑에 들꽃도 꽃이 피는데,
꽃시절도 없이 보낸듯한 세월에
울컥 설움이 오르기도 했을 겁니다.
이제와 아버지의 나이에
그 설움을 공감해 봅니다.
이제 와 그 마음을 도닥여 봅니다.
꽃 없어 무화과라 하는 무화과는 실상은 안의 붉은 열매가 꽃이랍니다. 안으로 안으로 꽃이 열매처럼 익는 것이라 합니다.
아버지의 세월도, 우리의 세월도 그랬을 겁니다.
비록 겉으로 보이는 꽃은 없었어도,
화려한 반짝임은 없었어도,
바람맞으며 비 견디며,
그렇게 안으로 안으로 무화과처럼
핏빛 뜨거운 삶을 익혀 왔을 겁니다.
꽃은 보이지 않아도 당신이 꽃입니다.
꽃은 피우지 않아도 당신의 꽃이 피어있었습니다.
세월을 돌아보는 투박한 당신의 어깨를 도닥입니다.
세월에 두꺼워진 당신의 두 손을 잡아봅니다.
당신의 꽃시절에 감사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멋진 꽃시절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