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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 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 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단추를 채우면서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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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매일의 시작이 단추를 채우는 일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옷을 입고 단추를 채우고,

발걸음을 떼는 단추를 채우고,

하루를 시작하는 단추를 채우며 그리 살아갑니다.

매일매일이 단추를 채우는 일입니다.

숱한 시작 중에 때론 잘못 채운 단추로 당황한 날도 많았을 겁니다.


'누군가에게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시인의 이야기처럼 그 많은 첫 단추의 실패로 허망한 시간들도 많았습니다.

어쩌면 삶은 그렇게 매일매일 단추를 꿰는 일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내 단추를 돌아봅니다.

오늘의 내 단추는 잘 채워졌는지,

요즘의 내 단추는 잘 정돈되어 있는지 가만히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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