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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의 수요일2 - 스테파노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당신 태워 뿌려 주시는

재 한 줌 이마에 얹어

매양 고해로도 고백하지 못한 죄

죄 아닌 죄 뒤로 숨겨

남아있는 내 마음의 부끄러움을

가려봅니다


사순에 사순이 더해지는 아침마다

내 이마에 얹힌 재의 무게로는

삶의 유한함을 기억하게 하시고,

어깨에 실린 욕심의 무게로는

내 삶의 십자가 무게를 알게하시어,

당신이 빚은 흙에서 나와

당신이 거둘 흙으로 가는 날

이마에 그린 삶의 무게가

재처럼 가벼워지길

기원합니다.


재의 수요일 2 – 사노라면 스테파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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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에서 사순시기가 시작되는 어제 수요일이 '재의 수요일'이라 불리는 날입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이날, 머리에 재를 얹어 흙에서 오고 흙으로 돌아가는 인간의 유한함을 묵상하며 회개의 준비를 한다고 하지요.


꼭 종교적인 마음이 아니어도

우연히 인간의 유한함을 생각할 기회가 되면, 세상사에 대한 아등바등함과 미련과 욕심이, 미움과 불안이, 시기와 증오의 마음이 다 무얼까 하며 조금은 마음을 유연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재의 수요일'의 마음도 그러한 마음일 겁니다.

어떤 믿음이든 나의 정화는, 나의 묵상은, 내 존재의 미미함을 깨닫는 데부터 시작할테니 말이지요.


여전히 매일의 일상은 걱정과 울화와 교만과 욕심으로 출렁거리지만, 어느 한순간이라도

평화와 사랑과 이해와 관용의 순간이 마음에 들어오면 좋겠습니다


다가올 봄날에 대한 기대를 담아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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