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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세월이 묻습디다

어딜 그리 급히 가냐고

어딜 그리 달려가냐고

무장 무장 짙어가는 잿빛 손길로

허리춤을 잡으며

뭐가 그리 급하냐고

뭘 보고 달리냐고


세월이 그럽디다

오늘은 안개라고

내 품에 안기라고

손아귀 힘 빼라고

괜찮아질 거라고

쉬어 가라고

놓고 가라고

오늘은 안개라고


안개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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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밤의 산책길은 물안개가 자욱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물안개가 그간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풍경을 만들어줍니다.

그 물안개 앞에 잠시 멈춰 섭니다.

내가 멈춘 것인지

안개가 나를 잡은 것인지

그렇게 안개 앞에서 내가

내 앞에서 안개가

한참을 서로의 시선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안개가 그러더군요

어딜 그리 급히 가냐고

어딜 그리 달려가냐고

안개가 그러더군요

쉬어 가라고

놓고 가라고


간밤의 긴 고민을 함께한

새벽안개가 내 어깨를 도닥이며 지나갑니다.

다시 내 앞에 세상을 열어놓고 말이지요.

안개 떠난 빈손을 내려보며

다시 열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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