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멀리서 빈다 / 나태주
어딘가 내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꽃처럼 웃고 있는
너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눈부신 아침이 되고
어딘가 네가 모르는 곳에
보이지 않는 풀잎처럼 숨쉬고 있는
나 한 사람으로 하여 세상은
다시 한번 고요한 저녁이 온다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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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에는 그 계절에 어울리는 말들이 있습니다
계절에는 그 계절에 어울리는 글들이 있습니다
이 가을에 습관처럼 읽혀지고 불려지는 시나 노래들이 있습니다.
이 가을에 들어야만 가슴으로 저며드는 그런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나태주님의 ‘멀리서빈다’는 이 하늘에, 이 바람에, 이 마음에 쓰고 싶은 싯구이기에, 아끼고 덮어두었다가 바람 서늘한 저녁, 한 구절 써 보았습니다.
이 계절의 아침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한송이 꽃처럼 세상을 밝히는 당신으로 인하여 시작됩니다
지난한 뜨거운 태양의 폭염의 고개가 기웃해지고
바람결에 실린 온도가 선뜻해질때
그 어느 돌담길 옆의 당신 닮은 꽃은 그렇게 작은 미소로 아침을 엽니다
이 계절의 저녁은,
달려온 지난 여름날의 초록빛을 천천히 지우고,
언덕 한 모퉁이에서 풀잎으로 숨쉬는 나처럼
그렇게 고요한 저녁이됩니다.
그런 뽀얀 아침과 조용한 저녁의 시간사이를 채우는 것은 당신에 대한 그리움입니다
그리고 그 그리움을 채워줄 한마디말은
‘아프지마라’
새록 새록 샘솟는 짙은 사랑의 그리움과,
못다 전한 절절한 지난 여름의 사연과,
서러움과 아쉬움의 회한이 파도처럼 넘나드는 그 숱한 시간들과,
아랫입술을 깨물며 삼켜 온 그 숱한 눈물의 사연을 모두 담아
꾹꾹 눌러서 참으며 담으며
그렇게 떨어지는 낙엽을 보며 안부를 전합니다.
‘가을이다. 아프지마라’
이렇게 가을입니다
벌써 추워진다는 단어가 들려옵니다
서러운 불빛보다 더 서러운 아픔의 시간임을 공감하기에
그대에게 전할말은 이 뿐인가봅니다
가을입니다. 아프지 마세요
세상 모든 조용한 영혼들의 치유와 평안함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