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속 장화 한 켤레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비 오는 창밖으로 장화를 신은 아가씨가 지나갑니다. 장화 신은 모습을 물끄러미 보다가 그러고보니 장화를 신어본 지도 한참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린 시절, 손가락 한두 마디는 큰 검정 장화를 신고 비 오는 등굣길을 찔꺽찔꺽 소리를 내며 다니던 기억이 납니다. 헐렁거리며 벗겨져 불편했겠지만, 큰 빗물 웅덩이를 첨벙거리며 지나는 재미에 더 신나기도 했었지요.
그 시절엔 곳곳이 흙길이어서 비가 한번 오면 장화가 큰 몫을 하곤 했는데요, 요즘은 웬만한 곳은 다 포장이 되어있으니 일상생활에선 장화를 신을 일이 별로 없어졌네요.
장화의 모양도 참 다양해졌습니다.
옛날엔 검은색 긴 장화만 나오던 것이 알록달록 멋진 색감에 세련된 모양의 장화도 많아졌지요. 예전엔 생활형 장화였다면 이젠 패션용 장화인 게지요.
장화만 신으면 못 갈 곳이 없던 그 시절이었는데, 이젠 많은 걸음이 주춤합니다.
망설일 일도 많고 주저할 일도 많습니다.
어쩌면 정작 필요한 건 발에 신을 장화가 아니라 마음에 신을 장화가 아닐지요.
'뭐 어때'하면서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마음의 장화 말이지요.
붓 끝에 장화 한 켤레 얹어보면서
그 시절의 용기를 떠올려봅니다.
그 시절의 즐거움을 기억해 봅니다.
망설이는 마음에 장화 한 켤레 살짝 얹어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도 장화를 신고 무적의 하루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