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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 이수동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꽃 같은 그대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길을 나서자.


그대는 꽃이라서

10년이면 10번 변하겠지만

난 나무 같아서 그 10년

내속에 둥근 나이테로만 남기고 말겠다.


타는 가슴이야 내가 알아서 할테니

길가는 동안 내가 지치지 않게

그대의 꽃향기 잃지 않으면 고맙겠다.

이수동 - 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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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1일이 부부의 날이었다 합니다.

겸사겸사 다시 이수동 화백님의 동행을 읽어봅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 할 풍경을 간결한 문장으로 멋지게 이야기하는 글이라 자주 읽어보는 시입니다.


나무 같은 나를 믿고 꽃 같은 그대가 함께해 준다면,

타는 가슴은 내가 알아서 할 테니

그저 당신은 길가는 내가 지치지 않게

꽃향기 그대로 있어주면 좋겠다 합니다


삶이란 건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라 하지요

산티아고 순례길의 어느 길목에서 혼자서 눈물을 펑펑 흘리며

제 안의 고독을 껴안고 울 듯,

마지막 한 걸음은 혼자서 가야 한다는 말처럼,

그렇게 혼자 왔다 혼자 가는 것이 인생이랍니다.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이 그리 외롭고 힘든 것만은 아닌 이유는,

어느 여정이던, 어느 삶이던 반갑고 고마운 동행이 있다는 것입니다.

든든히 기댈 나무처럼, 향기 가득한 꽃처럼 말이지요.


꽃 피는 봄날의 오후,

오늘 우리의 동행에겐 어떤 향을 피워주고 있는지, 난 얼마나 든든한 나무같은 사람이 되어주고 있는지 가만히 생각해봅니다

내 삶에 동행해 주는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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