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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07. 2018

오월의 시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오월의 시 - 이해인


풀잎은 풀잎대로 바람은 바람대로

초록의 서정시를 쓰는 오월

하늘이 잘 보이는 숲으로 가서

어머니의 이름을 부르게 하십시오


피곤하고 산문적인 일상의 짐을 벗고

당신의 샘가에서 눈을 씻게 하십시오

물오른 수목처럼 싱싱한 사랑을

우리네 가슴속에 퍼 올리게 하십시오


말을 아낀 지혜 속에 접어 둔 기도가

한 송이 장미로 피어나는 오월

호수에 잠긴 달처럼 고요히 앉아

불신했던 날들을 뉘우치게 하십시오


은총을 향해 깨어 있는 지고한 믿음과

어머니의 생애처럼 겸허한 기도가

우리네 가슴 속에 물 흐르게 하십시오


구김살없는 햇빛이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 내는 오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때문에 잃었던 시력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되게 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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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오월이면 적어보는 이해인수녀님의 오월의 시 입니다.


초록은 푸르고 아이들은 뛰놀고

부모님과 스승님을 돌아보는 화목의 오월.

초록의 서정시가 절로 나오는 오월입니다.

그 오월을 수녀님은

말을 아낀 지혜가 장미로 피어나는 계절이라하십니다.

초록에 들떠

봄에 취해 나도 모르게 가벼워진 맹세는

스스로의 발목을 붙잡습니다.

설레는 봄이어도

초록 가득한 오월이어도

말을 아끼는 지혜를 생각하고

그리하여 욕심으로 잃은 시력이 돌아와 빛을 볼수있는, 희망을 볼수있는 그런시간이면 좋겠습니다.


편안한 휴일을 마무리하며

평화로운 시간이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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