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혼자 사는게 안쓰럽다고
반찬이 강을 건너왔네
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
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
김치보다 먼저익은
당신 마음
한 상
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함민복 – 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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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연휴를 지내고, 월요일 같은 화요일을 맞이한 오늘은 어버이 날입니다.
어린이날이니 어버이날이니 정하지 않아도, 가족간의 마음이야 말하지 않아도 느껴짐이지만,
이런 날을 제정할때의 마음은 이렇게라도 한번 더 가족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려 함이었겠지요
햇빛 좋은 오월의 어버이날, 어떤 글귀를 적어볼까 하다가 눈에 들어온 싯구절은 함민복님의 만찬입니다
진자리 마른자리 갈아 뉘시는 부모님의 은혜를 이야기 하지도 않고,
하늘 같은 부모님의 정을 이야기 하지도 않지만,
이 시를 읽으며 제게 떠오른 장면은 어머니가 차려주는 소박한 밥상입니다.
예전처럼 못 먹는 시절이 아니고,
오히려 과다한 음식에 조금씩 양을 조절해보려 애쓰는 시절이지만,
부모님의 보기에 자식들의 밥상은 항상 모자란 안쓰러움일겁니다
그러기에 바리바리 힘 닿는 대로 반찬을 만들어 보내고,
밥이나 챙겨 먹는지, 김치는 있는지 항상 궁금한 게 부모님의 마음일 겁니다
혹시라도 같이 밥상을 하게 되는 날이면,
있는 반찬 없는 반찬 꺼내 놓고, 뭐 라도 하나 더 먹여주려 바라보시는 모습이 기억납니다.
그렇게 차려 주신 밥상에선 시인의 말 대로 김치보다 먼저 익은 당신의 마음이 보입니다.
마음이 마음을 먹는 그 밥상은
어떤 호화스런 구첩반상보다도 더 따듯한 만찬이지요.
내게 차려줄 땐 만찬인 밥상이지만
당신 혼자 드실 때는 조촐한 그 밥상에 더 마음이 쓰입니다.
화려한 반찬은 못 만들어드려도,
혼자 드시는 그 밥상에 내 마음 한 조각 살며시 올려놓고 오고 싶은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부모님들에게 감사드리고 건강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