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무가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요즘 저는 아침저녁으로 카페에 있습니다. 커피 한잔하며 아침을 열고, 조용한 음악 들으며 하루를 마감하는 장면은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평화로운 하루 그 자체이지요.

하지만 그 사이사이의 매일의 사건들은 평온과는 거리가 멉니다.

세상엔 정말 상상 이상의 사람들이 생활하고 있습니다.


오늘 토요일 오후, 바쁘게 커피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어른들이 들어옵니다. 손에는 피자 박스가 들려있습니다. 약간 분위기가 쌔하더니 여지없습니다. 커피 시키면서 매장에서 피자를 먹겠답니다. 그러시면 안 된다고 정중히 얘기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이미 마음을 먹고 온 것이지요. 음료 시켰으면 됐지 그 뭐 피자 한판 먹겠다는데 뭐가 문제냐 하는 태도입니다.


동네 카페라 더 이상 뭐라 할 수도 없고 참 막막한 하루입니다.

디저트 팔고 있는 카페에 와서 피자 냄새 피우며 박스를 여는 건, 마치 식당에 와서 짜장면 시켜 먹는 것과 비슷한 일인데 말입니다.

혼자 가슴을 두드리다 하늘 한번 보고 큰 숨 한번 쉽니다.

아마도 모르고 그랬을 겁니다. 자영업자의 답답한 마음은 모르고 그랬겠지요. 알면서 그랬다면 참 나쁜 일인 거고요. 가뜩이나 막무가내의 세상인데 국민들 마음까지 그렇게 막무가내이면 안 되잖아요.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을 만들어주신 그 큰 이유를 다시 한번 묵상해 보며 올라오는 혈압을 꿀꺽 삼킵니다.

고구마 한 줌 얹힌듯한 가슴 두드려보는 오늘입니다.

그럼에도 세상 모든 이들은 평화로운 오늘이셨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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