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 그날엔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유월 그날엔

꽃은 피고

청춘은 지고


유월 그날엔

소리 죽인 새는 날고

외치는 우리는 울고


유월 그날엔

하늘은 열려 흩어지고

함성은 모여 산이 되고 강이 되고


유월 그날엔

너희는 그리 떠나고

우리는 남아 울고

그때 그

유월 그날엔


유월 그날엔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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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횡포가 사람을 밟고 올라가

하늘 끝에 닿을 듯 고개를 들고,

세상의 풀들은 밟히고 눌려

초록빛 눈물에 젖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10일

스러지던 풀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일어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흔들리며 일어나고

그렇게 가지가 되고

그렇게 나무가 되어

풀이 일어나고

나무가 일어나고

세상이 일어서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꽃은 피었으나

청춘은 지고

푸른 하늘에 새는 날고

뿌연 땅 위에 우리는 울었던

유월

그날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아 일어섰으나

그대는 끝내 스러져 떠나간

유월

그날이 있었습니다


떠나간 그대의 미소가 보여

떠나간 그대의 함성이 들려

남아 뛰는 심장이

식어버린 가슴이

처진 두 어깨가 부끄러운

해마다 돌아오는

유월

그날입니다.


2023년 6월.

그렇게 민초들의 피로 이루어 낸 대통령 직선제.

그 제도로 뽑힌 어느 권력이, 자신을 비난한다며 6.10 행사에 불참하겠다 합니다.

참으로 그 옹졸함이 끝이 없는 어느 나라의 권력입니다.


1987년 같은 2023년,

세상 모든 곳에 진정한 자유와, 만인을 위한 민주와, 공평한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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