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부터였을까 해요. 자기의 구역에 이름을 붙이며 존재감을 표시하는 게 그 세계의 표시가 되었나 봅니다.
그렇게 협박 반, 장난 반으로 이름을 붙이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 별명 중 중에 하나가 '불광동 휘발유'입니다. 서울의 한 동네인 불광동과 휘발유가 왜 이어지고, 그게 왜 거친 건달의 대명사가 되었는지, 누가 먼저 그리 썼는지, 실제 그런 별명이 존재했는지 어떤지도 모르지만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불광동 휘발유라고 들어봤어?' 하며 거들먹거리던 이가 수백 명은 있었던 듯합니다. 심지어 코미디 프로에서도 나왔을 겁니다
아마 실존했을지도 모를 그 많던 불광동 휘발유는 지금은 어찌 살고 있을까요?
그 언젠가의 치열한 불광동 뒷골목의 주먹다짐에서 스러졌을지, 아니면 불광동의 주유소 상권을 장악한 기름 재벌이 되어 있을지, 그도 아니면 어느 산골 판잣집에서 이제는 그 혈기도 다 '휘발'된 '북한산 맹물'이 되어 자연인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TV 뉴스에서, 어느 제출 서류에 첨부된 영수증이 '휘발'되어 내역이 보이지 않는다는 80년대 코미디 같은 이야기를 들으며 떠오르는 건 역시 그 시절의 허세 가득한 코미디 같은 '불광동 휘발유'입니다.
어딘가에 여전히 전설로 살아있을 불광동 휘발유가 들으면 한마디 할듯합니다.
'이런 휘발'
'휘발'되어가는 민주의 세월을 아쉬워하며, 세상 모든 이들의 추억 속 전설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