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쓴다 - 천양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꽃이 피었다고 너에게 쓰고

꽃이 졌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길이 되었다

길 위에서 신발 하나 먼저 다 닳았다


꽃이 진 자리에 잎이 폈다고 너에게 쓰고

잎이 진 자리에 새가 앉았다고 너에게 쓴다


너에게 쓴 마음이 벌써

내 일생이 되었다

마침내는 내 삶 풍화되었다


너에게 쓴다 -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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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양 쓴 마음이 모여

길이 됩니다.


피고 진 사연들이

쌓인 마음들이

돌이 되고 꽃이 되고

길이 됩니다.


산을 끼고 부는 바람길처럼

그렇게 수많은 마음들이

얽히고 연결되고 부딪혀 길을 만듭니다.


때론 너른 길이

때론 작은 샛길이

때론 끊겨버린 막힌 길도 생기겠지요

그 길에 꽃들이 피고 지듯

그 길에 돌들이 오고 가듯

그렇게 또 길들도

열리고 닫히며 풍화되겠지요.


뜨거운 태양 아래,

당신께 쓰는 마음 하나, 살며시 길가에 얹어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들의 애틋함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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