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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27. 2018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가난한 사람에게   -   정호승


내 오늘도 그대를 위해

창밖에 등불 하나 내어 걸었습니다.

내 오늘도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마음 하나 창밖에 걸어 두었습니다.

밤이 오고 바람이 불고

드디어 눈이 내릴 때까지

내 그대를 기다리다 못해

가난한 마음의 사람이 되었습니다.

눈내린 들길을 홀로 걷다가

문득 별을 생각하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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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가을비가 그치고, 오늘은 바람이 한껏 불어줍니다

제법 쌀쌀해진 기온을 잔뜩 머금은 바람이지만

모처럼 보이는 햇볕과 함께하는 바람은 상쾌한 토요일을 즐기게 해줍니다


뒤뜰에 커피 한잔을 들고 나왔습니다

따뜻한 햇빛에, 불어주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의 합창소리가

지금 이순간의 작은 행복을 더 만끽하게 합니다.


커피 한모금에, 책 한줄에, 바람 한웅큼 들이마십니다

몇 달동안 마음을 묵직하게 하던 세상의 이런저런 일이 잠시나마 개운하게 잊혀지는듯 합니다.


살아가는 대부분의 걱정은 오지 않은 일에 대한 걱정입니다

하지만 종종 불확실한 미래에의 준비라는 명분과 부딪혀

걱정과 안심이 오락가락하는것이 우리네 마음이지요.

지나고 보면 언제나 걱정은 걱정이었을뿐이었던게  대부분이지만,

여전히 가벼운 마음은 이리저리 돌아다니는가 봅니다.


조용한 늦가을의 토요일 오후,

정호승님의 싯구절을 그리며 어지러운 마음을 잡아봅니다

오늘은 가난한 사람에게 라는 싯구를 그려봅니다


그리운 그대를 위해 작은 등불 하나 내어거는,

밤이 오고 바람이 불어도 그대를 기다리는 마음은, 이제 가난한 마음이 되었다 하지요


가난한 마음은 욕심을 버린 마음일겁니다

사랑에의 욕심, 세상에의 욕심, 자존심의 욕심.

그 모든 욕심을 버려야 내 마음은 텅비어

오로지 당신만을 담을수 있는것이겠지요

그리하여 가난하지만 당신으로 인해 행복한,

당신으로인해 풍요로운 마음일겁니다


이 바람이 그치면, 이젠 겨울도 성큼 다가오겠지요

겨울이 오기전에 마음을 가난하게 비워놓아 볼까 합니다

텅텅 비워, 가난한 마음으로,

그 마음안에 새로 채워질 새 계절의 빛을 기대하며

오늘도 마음 한주먹 바람결에 흘려봅니다


세상 모든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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