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릿발 -송종찬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담배공장에서 일하시던 아버지는
담배를 끊으시려 은단을 자주 드셨다
붉은 마리화나를 피우던 나무들이
금단현상인 듯 잎을 떨구고 있다
빈 가지에 맺힌 은단 같은 서릿발
세상과 세상 사이에 보이지 않는
점들이 무수히 깔려 있다
한때는 불꽃의 사금파리였을
오십 넘어 노안은 찾아오고
멀리도 가까이도 볼 수 없는 지점의
눈 감으면 선명해지는 것들
서릿발 - 송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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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안만 그럴까요.
세월이 흐르며 내 마음속에도
'멀리할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는,
눈 감으면 선명해지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납니다.
노안이 온 눈이야 다초점이니 뭐네 하는 새 렌즈로 조절해 보면 되지만,
정작 흐려지는 건,
정작 초점 맞추기가 더 어려워지는 건,
세월의 경계선에서,
마음의 경계선에서,
하나 둘 늘어가는 '멀리할 수도 가까이할 수도 없는 것들'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게 또 하나의 세월의 단층을 영차하며 힘을 모아 건너갑니다.
그렇게 몇 번의 세월의 단층을 건너며 깨달은 건, 놓아야 할 것은 놓고 가야 한다는 진리인가 봅니다.
아직도 양손에 가득히 걸린 미련의 주머니를 물끄러미 내려봅니다.
이젠 그 미련들조차 흐릿하게 보이는걸 보니 내려놓아야 할 시기인가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시야 맑은 오늘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