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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06. 2018

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네가 가던 그날은 - 김춘수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가녀린 풀잎처럼 설레이었다


하늘은 그린듯이 더욱 푸르고

네가 가던 그날은

가을이 가지 끝에 울고 있었다


구름이 졸고 있는

산마루에

단풍잎 발갛게 타며 있었다


네가 가던 그날은

나의 가슴이

부질없는 눈물에

젖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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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의 붉은 단풍이 한창입니다

비록 미세먼지가 뿌옇게 그 빛을 가리는 날들이 있지만,

그래도 계절은 이렇게 절정의 붉은 빛을 보여줍니다


이 계절에, 김춘수님의 ‘네가 가던 그날은’을 그려봅니다

 

만남이 행복한 만큼, 이별은 상심입니다

어느 이별이 눈물 젖지 않고, 어느 이별이 아프지 않을까요

푸른 하늘 밑 단풍 진 가지 끝에서,

해 지는 저녁 노을 아래서,

그렇게 눈물 젖은 어깨는 떨려옵니다


이별이 이리 아픈 이유는

아마 혼자 남아 슬퍼하기 때문이겠지요

같이하던 순간, 같이하던 행복, 같이하던 추억들을 다 보내고,

올곳이 남은 그 모든 기억의 무게를,

혼자 남아 감내해야하기 때문이겠지요


어느 단풍 하나, 그 빛이 아름답지 않은 건 없지요

저마다 고단한 지난 여름의 이야기를 담고 새겨,

그렇게 머금고 단풍이 되어, 그렇게 지난 세월을 이야기 합니다

그렇게 단풍 마다는 저마다의 사연이 반짝이고 있지요.


어느 이별 하나, 아프지않은 가슴이 있을까요

저마다의 애틋한 사연을 담아

따듯한 체온이, 숨결이,

알알이 눈물이 되어 그렇게 흘러내리겠지요


세상의 모든 아픈 마음과 남아 슬퍼하는 이들에게 따스한 위로의 햇살이 함께 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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