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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Nov 23. 2018

나도 눈물나는글을 쓰고싶다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나도 눈물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방배동 어느 골목길 뒤,

우연히 들어간 작은 화랑 안에

벽 하나를 가득 채운 채 크게 걸려있는

그림을 보고

어느 이름 모를 화가의 거친 붓질과

물감에 배어 들은 그의 숨결을 느끼며

혼자 서서 조용히 눈물 흘린 적 있다


밤을 새워 날아가는 긴 여정의 비행기 안

모두들 어둠 속에서 고단함을 달래며 잠을 청하고 있을 때

작은 불빛 켜놓고 소설을 넘기며

눈물에 뿌옇게 흔들리는 구절을 보면서

책장에 떨어지는 눈물을 문지르며

두 뺨이 아프도록 소리 죽여 울어 본 적이 있다


그 삶은 그리 고단했을까

그 사랑은 그리 쓰라렸을까

물감에 배어들고

펜 촉에 스며 들은

그 눈물들이   

내 뺨에 흘렀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눈물 나는 글을 쓸 수 있을까

내 시에도 눈물이 배어들 수 있을까


삶의 지난한 외로움의 때마다

이리저리 불러 써서 이젠 얼굴조차 다 닳아

기억도 희미해진 가슴 속 추억의 얼굴.

그를 기억하는 설렘조차도

부정맥의 심장 박동보다도 불규칙하게

그리고 희미해지는 요즈음이지만,

그래도 나도 눈물 나는 글을 쓰고 싶다

생각만해도 눈물 나는 글을 쓰고 싶다


나도 눈물 나는 글을 쓰며 울고 싶다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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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흔해지는 나이가 됩니다.

드라마를 보다가 울고

다큐멘타리를 보다가 울고

심지어 동물의 왕국을 보다가도 웁니다.

더구나 환절기가되면

알레르기 결막염 눈물까지 더해집니다.

아이러니한건

이런데도 인공눈물이 필요한

안구건조증 이라는거죠


내 눈물에선 무엇이 빠진걸까요

내 눈물에선 무엇이 건조해진걸까요

시도 때도 없이 흘러내리는

건조한 눈물의 부조리를 보며

시 속의 시로

눈물 많은 시를 써 봅니다

눈물 부르는 단어들을 불러 모아서

눈물 한바탕 쏟아보려

끄적여봅니다

혹여나 그렇게 흘린 눈물이

버석한 심장은 적셔줄까 하면서요.


펜을 들어 적어봅니다.

눈물 나는 글.

'환절기 알레르기로 훌쩍이는 저녁

불닭발에 넣어 먹어보려

양파를 까서 썰어내린다

최루탄처럼 매캐하게 올라오는

태국산 고추가루는 더 넣지 않아도 된다

이미 시린 눈에선 바닷가 붉은 저녁노을이 흘러 내린다.'


갑자기 영하로 내려간 날 찬바람이

눈물 한방울 더해줍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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