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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월 -김정원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할아버지가 대인시장에서 수박을

고르신다

가운뎃손가락으로 수박을 툭툭 두드려 보고

"잘 익었다" 하시고

노점상 널조각 곁에 바짝 쪼그려앉은

내 머리를 툭툭 두드려 보고는

"아직 멀었다" 하신다


김정원 - 팔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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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뱉는 숨보다 들이마시는 공기가 더 뜨거운 날들입니다.

하루하루가 점점 더워지는 게 지구가 심상치 않다 싶습니다


모든 게 녹아내릴 것 같은 팔월의 첫날, 세상 시름 잊을 좋은 글이 없을까 찾아보다가 예전에 그려본 재미있는 동시 한 구절을 꺼내봅니다.


수박을 두들기며 잘 익은 녀석을 골라내고는, 손주 녀석의 머리통을 툭툭 치며 아직 덜 익었다며 농담하시는 할아버지의 장난이 유쾌하게 그려지는 장면입니다.


아이스케키 하나 손주 입에 물려주고, 뜨거운 팔월의 더위에 튼실한 수박 하나 들고 오시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보입니다.

하늘은 파랗고, 뭉게구름은 피어오릅니다.

길을 따라 가득한 매미소리가 가득합니다.

평화롭습니다

그러게요. 사는 게 별거 아닌데 말입니다.

더운 여름에 시원한 수박 한 통 있으면 되는데 말입니다


어쩌면 저 할아버지가 세상을 두드리면서 '너도 아직 멀었다' 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팔월의 첫날입니다.

여전히 뜨거운 여름 날,

오늘은 잘 익은 수박 한 통 잘라볼까요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한 여름을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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