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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 老望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내 마음보다

내 몸이 먼저

그대를 기억하는 건

그대와 맞잡았던 뜨거운 손 때문이리라

회한의 시절

그 참담함 사이로

뻗은 손 맞잡고 전해진

그대의 간절함 때문이리라


내 마음보다

내 몸이 먼저

그대를 기억하는 건

내 가슴을 데운 그대의 뜨거운 숨 때문이리라

혼돈의 시절

그 냉랭함 사이로

가슴으로 전해진

그대의 눈물 섞인 설움 때문이리라


이제야 돌아보는 그 세월

동지도 떠나고

친구도 떠나고

그저 남은 건

거친 손에 느껴지는

아 열정 같던 그대여

마른 가슴에 그리워지는

아 샘물 같던 그대여


신기루 같던

자유였어라

바람 같던

평화였어라

꿈 같던

사랑이었어라


노망 老望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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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망 老妄이란 단어가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정신적 퇴행을 말한답니다. 이 또한 노화의 한 종류이지요. 고집스러워지고 생각이 편협되게 굳어지는 것도 이 노망의 하나입니다


나이가 들면 자꾸 과거를 돌아본다 하지요

남은 앞 날보다 지나온 세월이 더 길어서일까요

앞으로 할 수 있는 일들보다 그간 해 온 일들이 마음에 더 자주 들락거립니다.


지난 세월 돌아봐야 소용없다는 게 삶의 진리이겠지만,

앞이 보이지 않는 깜깜한 어두운 밤에는, 밝은 낮의 기억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지난 낮에 봐 두었던 밝은 세상의 기억이 없다면, 어두운 밤에서의 황망함은 더 깊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원리가 돌고도는 일이라면, 낮이 지나면 밤이 오고 밤이 깊으면 새벽이 열릴 겁니다.

여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추운 겨울이 지나면 생명의 봄이 올 겁니다.


그러기에 때론 추억도 돌아보아야 합니다.

돌아본 그 추억이 역사가 되고,

돌아본 그 기억이 희망이 됩니다.

지나온 세월이 앞날의 지혜가 됩니다

때론 사랑이 눈물이 되어있고

때론 열정이 나태가 되어있기도 하지만,

때론 바위가 먼지가 되어있고

때론 큰 나무가 마른 고목이 되어있기도 하지만,

그 또한 세월이 그려주는 생명의 線이겠지요.


어쩌면 우리가 인류가 겪는 노망老妄은 신체적인 노화를 이겨내라며 세월이 그려주는 희망인 노망老望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건강한 노망老望을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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