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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붕 수리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이제 갈아 치워야겄어

영 못 쓰겄네

아쉬운 대로 몇 해만 버틸까 했더니

비도 새고 바람도 들고

부스러기 떨어지고 먼지만 날려

믿고 쓰다 집안 살림 다 망가지겄네


어찌 쓸려고 이렇게 허투루 맹글었다냐

어따 쓸려고 이렇게 올려놨다냐

살다 살다 이런 놈

보다 첨 보네

영 못 쓰겄어

어여 갈아 치워야겄어


비 오기 전에

해 지기 전에

태풍 오기 전에

겨울 오기 전에


지붕 수리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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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와 다세대 건물이 주인 요즘 시절엔 지붕에 물 새는 일이 별로 없을 겁니다.


비가 많이 오던 날, 천장의 한구석으로 똑똑 떨어지는 빗방울을 대야에 받아내던 그런 장면도 심심치 않게 보이던 그런 오래전의 시절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직도 지붕이 얹힌 단독주택이나, 옥상 방수한지 오래된 그런 건물에선 가끔 비 새는 일도 있지만 말이지요.


지붕은 집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세찬 비에 젖는 걸 막아주고, 큰 바람에 날리는 걸 막아줍니다.

날벌레가 드나드는 걸 막아주고, 혹독한 추위를 견디게 해줍니다

그게 지붕의 역할입니다.

그 지붕이 부실하면 집이 불안합니다

그 지붕이 역할을 못하면 집도 불편해집니다.

그러기에 비가 새면 기와도 갈아보고, 지붕이 부실하면 서까래도 갈아야 합니다.

구멍이 더 커지기 전에, 그나마 버티는 천정까지 무너지기 전에 말이지요.

비 오는 여름 전에 갈았어야 했는데, 그건 이미 늦었습니다. 그래도 덕분에 비 새는 건 알았으니 더 늦기 전에 갈아야 합니다. 태풍 오기 전에,, 겨울 오기전에 말이지요.

부실한 지붕은 갈아야 합니다


세상 모든 곳의 평화로운 시간을 응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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