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오면 오도록 가면 가도록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팔월 마지막 주가 됩니다.

여전히 뜨거운 한낮의 기온 중에서도 한 줌의 선선한 바람 줄기에 화들짝 반가워합니다.

호들갑은 아니지만 그만큼 유난한 올여름이 힘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어서 가을이 오면 좋겠지만 어디 계절이란 게 우리 뜻대로 되나요.


여래여거 如來如去라는 말이 있습니다.

의역을 하자면 '오면 오도록 가면 가도록' 내버려둔다는 이야기이지요.


법상 스님의 이야기 중에 그런 글이 있어요.

' 올 때가 되면 오고, 갈 때가 되면 간다.

저마다 자기가 와야 할 때 정확히 오고, 갈 때가 되면 정확하게 돌아간다. 계절도, 밤과 낮도, 바람도, 구름도, 사람도, 인연도, 일도, 돈도, 명예도, 건강도, 모든 것이 전부 다 인연 따라왔다가 인연이 다하면 반드시 가고야 만다.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다.


지혜로운 이는 바로 이러한 진리의 법칙대로 사는 사람이다.

올 때는 오도록 허용해 주고, 갈 때는 가도록 허락해 준다.

올 때 더 많이 안 왔다고 괴로워하지 않고, 갈 때 왜 벌써 가느냐고 따지지 않는다.

모든 것은 순리대로 왔다가 간다는 것을 알기에, 언제 떠날지 모름을 이해한다.

그러니 과도하게 집착하지도 않고, 떠나갈 때 과도하게 서글퍼하지도 않는다.


이것이 삶을 지혜롭게 사는 방법이다.

모든 것을 그냥 내버려 두라.

애쓰지 말라. 취하거나 버리지 못해 안달할 것 없다.

오면 오도록, 가면 가도록 해 주라.'



여름의 끝자락이길 바라는 8월의 마지막 주에, 오면 오는 대로, 가면 가는 대로 인연에 집착하지 않는 마음의 지혜를 생각해 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keyword
이전 18화독도는 자존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