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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안개 -류시화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세월이 이따금 나에게 묻는다.

사랑은 그후 어떻게 되었느냐고


물안개 처럼

몇 겁의 인연이라는 것도

아주 쉽게 부서지더라


세월은 온전하게 주위의 풍경을

단단하게 부여잡고 있었다.

섭섭하게도 변해버린 것은

내 주위에 없었다


두리번 거리는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사람들은 흘렀고

여전히 나는

그 긴 벤치에 그대로였다.


이제 세월이 나에게 묻는다

그럼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물안개 - 류시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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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문득,

세월이 묻습니다

그 후 사랑은 어찌 되었냐고

세월은 흐르고

세상도 변하는데

세월은 내게 묻습니다

너는 무엇이 변했느냐고.


거울을 봅니다.

거울 속엔 얼굴 가득 세월을 바른,

온몸에 세월을 입은,

한때는 청춘이었던,

한때는 열정이었던,

한때는 사랑이었던,

오래전부터 알던 얼굴이 서있습니다.


그 얼굴에게 물어봅니다.

사랑은 그 후

어떻게 되었냐고.

너는 무엇이 변했냐고.

낮게 내려온 하늘을 보며 지난 세월에게 물어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지난 세월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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