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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滿의 계절을 지나며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폭염이 세상을 가득 채운 여름입니다.

하루 종일 뜨거운 바람이 숨을 막히게 합니다


이 여름엔 온 세상이 가득 차 있습니다

초록으로, 열기로 가득 찹니다.

심지어 길바닥의 틈새마저도 피어오르는 잡초들의 초록으로 꽉 차 있습니다

그렇게 여름은 가득 차는 만滿의 계절입니다


올해의 여름은 더 꽉 차 있습니다.

하늘의 폭염이,

세상의 습기가,

권력의 오만이,

기회의 교만이,

광기의 폭력이,

세상의 빈 곳마다 가득 차 있는 여름입니다.

숨 쉴 공간마저 한숨으로 가득 차있습니다.


어서 이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면 좋겠습니다.

어서 여름이 가고, 겨울이 오면 좋겠습니다.

포만에 허우적대는 만滿의 계절이 바뀌어,

털어내고 비워내는 공空의 시간이 어서 오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계절엔,

가득 메우던 열망의 뜨거움도,

끝 모르던 욕심의 충만도,

끈적한 오만과 교만의 늘어짐도,

다 비워버린 태초의 공空의 계절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빈 공간으로 바람이 불어야 합니다.

꽉 채웠던 욕망의 먼지를 불어내야 합니다

그 빈 공간으로 빛이 들어와야 합니다.

습하게 썩어가던 탐욕의 음지를 말려내야 합니다

그 빈 공간으론 질곡의 세월에 흘린 눈물이 배어들어야 합니다.

지쳐 버석해진 가슴들을 촉촉하게 적셔주어야 합니다.


털어내고 비워낸 만큼 평화가 충만해질 공空의 시절을 기대합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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