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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14. 2024

단상斷想에 대한 단상短想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매일 써 올리는 글과 캘리그래피 작업에 대해  누군가 물은 적이 있습니다.

'도대체 그 글은 언제 다 써요?

캘리그래피는 언제 다 쓰고요?'

그러게요.

딱히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언제일까요.

아침에 가게 준비를 마치고 커피 한 잔을 들고,

혹은 저녁 일을 마치며 돌아가는 길 하늘의 별을 보며,

때론 지나가던 길고양이와 눈을 마주치다가,

무심히 길가에 피는 꽃들의 변화를 보며,

그렇게 잠깐의 짧은 생각을 붓 끝에 올려본 게 벌써 십수 년을 매일 이렇게 쓰게 됐네요.


그야말로 단상 斷想입니다.

단상, '생각나는 대로의 단편적인 생각'이라 사전에 나옵니다.

깊이 고민하는 주제라기보단 가볍게 떠오르는 생각을 그날 그날 붓끝에 적셔보는 저의 취미생활이죠.

그렇게 써 올린 글들에 종종 많은 분들이 공감의 의견도 표시해 주고, 격려의 응원도 해주시고 하니 그 덕에 큰 힘을 얻곤 하고 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에 쓴 포스트에  '인생, 놀이 삼아 살아보자'라고 쓴 글에 한 댓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생각이 너무 깊지 않은 글이네요.'


그러게요.  생각해 보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큰 주제를 짧은 단상으로 이야기할 때 생길 수 있는 오해와 불편을 간과했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개개인의 경우에 따라,  개개인의 처지에 따라 놀이삼아 살기엔 퍽퍽한 인생도 있는 법이니까요.

어쩌면 나의 글은 생각이 깊지 않은 '단상 短想'일수도 있었다 생각합니다.


댓글 덕분에 단상斷想에 대한 단상短想을 해보며,

오랜 세월 동안 나의 편협한 단편적인 글들에 보내주시는 한결같은 응원이 더욱 감사한 일이라 생각했습니다.

짧은 글일수록 더 정제되고 깊어야 함을 다시 생각하고, 붓 끝의 무게를 더  무겁게 해야겠다고 마음에 담아보는 감사한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이들의 너른 마음에 평화가 가득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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