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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다시 일월 08화

백골이 진토퇴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죽어

백골이 진토 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고

임 향한 일편단심이야

가실 줄이 있으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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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말 정몽주가 지었다는 단심가입니다

고려에 대한 충정심을 시에 가득 담은 시조이지요.

이 시에 보면 '백골이 진토 되어'라 나옵니다.

몸이 죽어서 그 뼈가 먼지가 되더라도라는 표현이니 그 충정심의 깊이가 가히 대단합니다.

요즘에 이리 백골이 진토퇴도록 사랑하고 충성하는 일이 얼마나 있을까 싶었습니다


뜬금없이 뉴스에 '백골단'이란 단어가 등장합니다

‘백골단’.

80년대 그 혼란하던 어둠의 시절, 고통의 시절, 매캐한 최루탄 뒤에 희끗희끗 보이던 공포의 무리입니다.

누군가는 백골단으로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그로부터 도망가며 뛰어다니고, 누군가는 그 모습을 지켜보았을 아픈 시절의 한 장면입니다.

세월이 흐르며 이젠 다시 나오지 않을 이름이었던 그 단어가, 세상이 달라져 이젠 더 이상 쓰이지 않아야 할 그 이름이,2025년 버젓이 기사에 그 모습과 이름이 등장합니다. 더구나 국회 안에서 말이지요.

그들은 그 백골단의 행태를 알고 그 이름을 쓰는지,

그들은 그 백골단의 이름으로 누굴 지키려 하는지 알고는 있는지,

정몽주의 '진토된 백골'의 먼지만큼이라도 충정은 있는지,

극단의 이데올로기가 세월을 더욱 혼탁하게 만들어 놓는 요즈음입니다


추워진 날입니다. 단단히 챙겨 입은 옷 안으로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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