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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수 없어요 -한용운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바람도 없는 공중에 수직의 파문을 내며

고요히 떨어지는 오동잎은 누구의 발자취입니까.


지리한 장마 끝에 서풍에 몰려가는 무서운 검은 구름의 터진 틈으로 언뜻언뜻 보이는 푸른 하늘은 누구의 얼굴입니까.


꽃도 없는 깊은 나무에 푸른 이끼를 거쳐서 옛 탑 위의 고요한 하늘을 스치는 알 수 없는 향기는 누구의 입김입니까.


근원은 알지도 못할 곳에서 나서 돌부리를 울리고 가늘게 흐르는 작은 시내는 굽이굽이 누구의 노래입니까.

연꽃 같은 발꿈치로 가이없는 바다를 밟고,

옥 같은 손으로 끝없는 하늘을 만지면서 떨어지는 날을 곱게 단장하는 저녁놀은 누구의 시입니까.

타고 남은 재가 다시 기름이 됩니다. 그칠 줄을 모르고 타는 나의 가슴은 누구의 밤을 지키는 약한 등불입니까.

한용운 - 알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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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다시 읽어보는 한용운 님의 ' 알 수 없어요'입니다.

오랜만에 화선지 전지에 장문으로 다시 써보는 붓길도 새롭습니다.


그렇게 새롭습니다

백년의 세월 동안 던지신 질문도 새롭고

그 질문을 곱씹어 보는 세월도 새롭습니다.

혼돈의 세월 속에서

만해님의 질문을 한번 더 되뇌어봅니다.


​새 봄의 싹트는 생명처럼. 척박한 세상에도 희망이 싹틈을 기대하며 세상 모든 이들의 마음에도 따스함이 가득하길 기원해 봅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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