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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18. 2018

행복론 - 최영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행복론 -최영미


사랑이 올 때는 두 팔 벌려 안고

갈 때는 노래 하나 가슴속에 묻어놓을 것

추우면 최대한 몸을 웅크릴 것

​남이 닦아논 길로만 다니되

수상한 곳엔 그림자도 비추지 말며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 보지 말 것

​답이 나오지 않는 질문은 아예 하지도 말며

확실히 쓸모가 없는 건 배우지 말며

특히 시는 절대로 쓰지도 읽지도 말 것

​지나간 일은 모두 잊어버리되

엎지러진 물도 잘 추스려 훔치고

네 자신을 용서하듯 다른 이를 기꺼이 용서할 것

​내일은 또 다른 시시한 해가 떠오르리라 믿으며

잘 보낸 하루가 그저 그렇게 보낸 십년 세월을

보상할 수 있다고, 정말로 그렇게 믿을 것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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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턴가 지친 마음을 달래주는 달달한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 애썼어, 수고 많았지,

잘 하고 있는거야...'

그런 달달한 위로들이 힘이되고,

위로가 가득 입혀진 달달한 사탕을 먹으며 기운이 나고 뿌듯해지기도 했었죠.

하지만 그런 달달함 넘치는 위로의 책들이 홍수처럼 쏟아져 가슴엔 그 달달함이 넘쳐흘러 어느날 부턴 위로의 당뇨병에 걸릴듯 온통 가슴에선 단물이 올라옵니다

급기야 이젠 그런 달달한 조언이 식상해지기까지 하죠


세상이 외로워지고

변하는건 없고

어느 청년의 가슴아픈 이야기와

그의 사물함의 컵라면이 여전히 눈에 밟힐 때

최영미님의 행복론이란 시가 생각납니다.


어쩌면 달달한 위로사탕에 지친 우리에게 주는 반어법일까요.

여전히 달달한 사탕도 주다가

무심한 시크한 손짓도 이야기하다가

그 모든 것을 덮으며 이리 이야기합니다.


그래. 이러고 저러고 어찌해도

'그러나 태양 아래 새로운 것은 없고

인생은 짧고 하루는 길더라'

살아보니 별거 없더랍니다.

어찌보면 염세적일 정도의 무심함일까요

달달한 사탕에 익숙한 우리에게

쓴 칡뿌리 하나 내미는듯 합니다.


어쩌면 시인의 이 무심한 마지막 한 마디는

우리가 바라보던 삶의 그 모든 무상함을 넘어 오늘 이 순간의 행복을 이야기 하고 싶음일지도요.

하루는 긴, 지금 이 순간의 희망을 기대하는 역설일지도요.

여러분이 원하는 지금의 행복은 무엇일까요


세상 모든이들의 오늘이 각자의 짙은 행복을 느낄수있는 그런 날이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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