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정채봉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가장 잘못된 만남은

생선과 같은 만남입니다

만날수록 비린내가 묻어오니까


가장 조심해야 할 만남은

꽃송이 같은 만남입니다

피어있을 때는 환호하다가

시들면 버리니까


가장 비참한 만남은

건전지와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있을 때는 간수하고

힘이 닳아 없어질 때에는 던져 버리니까


가장 시간이 아까운 만남은

지우개 같은 만남입니다

금방의 만남이 순식간에 지워져 버리니까


가장 아름다운 만남은

손수건과 같은 만남입니다

힘이 들 때는 땀을 닦아주고

슬플 때는 눈물을 닦아주니까


정채종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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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서 세상을 살아가면서 만남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살아가며 숱한 만남을 합니다.

때론 짙고 깊은 만남으로

때론 부질없는 만남으로

다양한 만남이 우리 삶을 엮어갑니다

어쩌면 사회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는 만남이 삶의 기본 전제일지도 모릅니다


정채봉 님의 만남을 붓 끝에 얹어 봅니다.

돌아보니 생선 같은 만남도 있었고

꽃송이 같은 만남도 있었습니다

내가 건전지가 된 만남도 있었을까 싶기도 합니다.

지우개 같은 만남은 숱하게 있었던 듯합니다


시인이 말한 손수건 같은 만남을 생각해 봅니다.

내 주변의 귀한 손수건들에게

나는 손수건이었을지

어쩌면 생선이었을지

어쩌면 지우개였을지

붓 길을 마무리하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손수건마다 평화가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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