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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r 02. 2019

봄 - 이성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봄 /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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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기억으로 삼월 초하루를 보내고,

삼월의 둘째날입니다.

봄 소식보다 먼저와서 자리자은 미세먼지가 야속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삼월입니다.

아직은 꽃샘추위가 남았을까 걱정이지만,

오늘같아선 집안에 잔뜩 들여놓은 나무며 꽃들도 다 내어놓아,

기다리던 봄 내음을 맡게 하고픈 날입니다.


이 봄에 어울리는 이성부시인의 시 '봄'을 그려봅니다.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림마저 잃었을때에도 ,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걸은 걸음으로,

봄은 그렇게 먼데서 눈비비며

느린 걸음으로 겨울을 이기고 마침내 옵니다.


겨우내 입었던 옷들이 조금씩 팔꿈치가 거추장 스러워지고,

발바닥에 닿는 마른 풀들사이로 촉촉한 여린 기운이 밟혀 올라오며,

나뭇가지의 새들의 분주한 날개짓 사이로,

그렇게 더디게 더디게 기다리던 봄은 옵니다.

그래요.

다시 봄입니다

다시 시작해 봄입니다

다시 사랑해 봄입니다

다시 그리워해 봄입니다

그렇게 그렇게 다시 돌아온 당신의 봄,

그 봄날의 설레임을 응원합니다


세상 모든 새싹들의 파릇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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