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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pr 30. 2019

느낌 - 이성복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느낌 / 이성복

느낌은 어떻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필 때
느낌은 그렇게 오는가
꽃나무에 처음 꽃이 질 때
느낌은 그렇게 지는가

종이 위에 물방울이
한참을 마르지 않다가
물방울 사라진 자리에
얼룩이 지고 비틀려
지워지지 않은 흔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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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복 시인의 느낌을 그려봅니다.

화선지를 펴놓고 먹질을 하다보면 때론 의도치않게 먹들의, 종이들의, 물들의 자연스러운 표현이 의도하고 그린 그림보다 훨씬 멋스러울때가 있습니다.

잠시 내려놓은 붓이, 우연히 화선지에 닿아서,
그렇게 번진 연한 먹의 스며듬은 일부러 내기 힘든 오묘한 무늬를 만들기도 하지요.
그렇게 물방울 사라진 뒤의 화선지는,
때론 얼룩이 지고, 때론 비틀려
그렇게 지워지지않는 흔적을 만들어냅니다.
그런 흔적들이 나름 의미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기도 하죠.

우리네 인생도 그런가요.
살다보면 그리 젖는 날이 있습니다.
살다보면 그리 구겨지는 날이 있습니다
젖고 구겨져 축 쳐진 어깨에
실패한 삶인양 의기소침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구겨짐도, 그 젖음도 나의 흔적이고, 나의 인생입니다.
상처가 옹이가되고
흔들림이 근육이 되어,
비틀리고 굳어지고 그렇게 잎을 피우는 나무가 되는것이겠지요.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상처를 가진,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색갈을 가진,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잎을 피우는,
그런 나무로 서 있는것이겠지요.

오늘의 폭우 한바탕, 오늘의 태풍 한무리에 아파하지 말자고요.
어쩌면 이 비바람이 내 인생에 멋진 흔적을 만들어 낼수도 있으니까요.

세상 모든이들의 아름다운 흔적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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