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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01. 2019

무화과 - 김지하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돌담 기대 친구 손 붙들고
토한 뒤 눈물 닦고 코 풀고 나서
우러른 잿빛 하늘
무화과 한 그루가 그마저 가려 섰다.

이봐
내겐 꽃 시절이 없었어
꽃 없이 바로 열매 맺는 게
그게 무화과 아닌가
어떤가

친구는 손 뽑아 등 다스려 주며
이것 봐
열매 속에서 속 꽃 피는 게
그게 무화가 아닌가
어떤가

일어나 둘이서 검은 개굴창가 따라
비틀거리며 걷는다
검은 도둑괭이 하나가 날쌔게
개굴창을 가로지른다.

무화과 - 김지하
================================
오월의 첫 날입니다
오월은 사월과는 또 다른 향기가 퍼지는 달입니다.
오늘은 근로자의 날이지요.
노동절이라고도 불렸지요.
우리는 다들 노동자들이지요.
육체노동이건, 정신노동이건,
회사노동이건, 가사노동이건, 학업 노동이건 말이지요.
어떤 식으로든 무엇을 해 나가는것 자체가 삶의 노동이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우리 모두의 날인가 봅니다.

'일하지 않는자, 먹지도 말라'는 성경 구절은 모두들 나름대로의 노동의 삶을 사는 세상에서 스스로 게으른 자를 경계하는 구절이지요.
게으르지 않고 부지런히 사월을 꽃 피우고,
부지런히 5월을 맞이하는 세상 모든 우리들의 날을 응원합니다.

일하는 삶을 묵상해보는 오늘,
김지하 시인의 '무화과'를 그려봅니다
시인은 그의 시에서 꽃 피우지 못한 나의 삶을 괴로워합니다.

꽃도 피우지 못하고 세월 흘러
이리 열매만 덩그러니 가진 나 자신을 자책하며,
세상에의 외로움을 토해내는 내 외로운 등을,
친구가 도닥거려 주며 이리 이야기 해줍니다.
'열매 속에서 꽃 피우는게 무화과 아닌가,
이미 자네안에는 멋진 꽃이 피어있다네..'

그래요.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전부 꽃 피우며 살지는 않기도 할겁니다.
누구는 꽃을 피우지만,
어쩌면 많은 우리는 그렇게 무화과처럼,
안으로 안으로 꽃을 피우며,
그렇게 열매 맺어 가는지도 모릅니다.
나 오늘 꽃 피우지 못함을 서러워말고,
내 안의 열매에 꽃 익어가길,
그 꽃 향기 널리 퍼지길 묵상해보는 하루입니다.

세상 모든 무화과같은 삶들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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