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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14. 2019

오월 그날이 다시오면 -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  김경근

남풍 불던 그 곳 빛 고을
견줄 곳 없는 무등의 줄기 따라 너른 들 그곳에
빛 좋은 오월 그날에
우르릉 쾅쾅 천둥이 울고
번쩍 번쩍 날카로운 벼락이 쳐서
다시 올 봄을 외치던 여린 꽃잎 떨어지고
초록 들판 달리던 작은 풀잎 스러져
붉은 땅 황토엔 핏빛 눈물이 스며
어흐라 대한이여
어흐라 민주여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붉은 꽃잎 붉은 눈물 뜨거운 가슴
둥근 달 그리는 망월 벌판에서
살아 남아 불러보는 그대들 이름
여태껏 멈추지 못할 통한의 눈물이
여태껏 밝히지 못한 회한의 그 날이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부끄러운 심장을 적시고 울려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아직도 그 날처럼 천둥 번개 울고 치는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붉은 꽃 피고 지는
오월
그 날이
다시 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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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오면,
부끄러워 집니다.
4월의 부끄러움과는 또다른
짙은 부끄러움이 가슴에 번집니다.
39년전의 그 먼 남쪽,
어찌 할 수 없던 어린 마음이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한해 한해 더할수록
5월이 오면
그들앞에 부끄러워 집니다.

39년이 흐른 이번 오월에도
어김없이 꽃은 핍니다
그 해의 오월 그 날처럼
여전히 오월의 꽃은 피어납니다

저마다의 부끄러운 오월의 가슴을 잡고,
저마다의 사연깊은 오월의 그날을 기억하며,
올해도 오월 그 날은 다시 옵니다.

잊지못할 역사의 큰 획위에 선 그들을 기억하며
부끄러운 오월을 살아봅니다.
세상 모든 영혼들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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