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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May 20. 2019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잇슬테요
모란이 뚝뚝 떠러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흰 서름에 잠길테요
五月 어느 날 그 하로 무덥든 날,
떠러져 누운 꼿닙마져 시드러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최도 업서지고
뻐처오르든 내 보람 서운케 문허쳤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三百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즉 기둘리고 잇슬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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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촉한 비가 하루종일 내리더만,
오늘은 정말 멋진 하늘입니다.
바람도 불고, 비로도 씻겨나가서인지,
미세먼지는 한톨도 없어보이는 맑고 화장한 날씨입니다.
여름인듯 올라갔던 기온도, 딱 좋은 온도이고요.
앞마당에 종일 내린 비를 머금은 작약은 꽃을 한아름 피워 냅니다.

작약을 보면서 비슷한 모란이 매번 헷갈리고,
그러다보니 문득 김영랑님의 '모란이 피기까지는'이 생각나서 먹물 한꼭지 찍어봅니다.

오늘같은 화창한 날이 지나면,
오월 그 하루 무덥던 날이 지나면,
저 화려한 모란은, 작약은,
천지에 자취도 없이 사라지고
우린 그렇게 삼백 예순날의 서운함을 간직한채
또 다시 올 찬란한 슬픔의 봄을 기다려야 하겠지요.

바로 오늘,
우리의 찬란한 봄을 먼저 누려보자고요.
그 화창한 햇빛 뒤의 삼백 예순날의 서운함이 올지라도,
선물같은 오늘을 누렸다면,
다시 올 찬란한 봄이 슬프지만은 않을겁니다.

세상 모든 봄날의 화창함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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