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떠나가는 배 거친바다 외로이 겨울비에 젖은 돛에 가득 찬바람을 안고서 언제 다시 오마는 허튼맹세도 없이 봄날 꿈같이 따사로운 저 평화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그 곳이 어드메뇨 강남길로 해남길로 바람에 돛을 맡겨 물결 너머로 어둠속으로 저기 멀리 떠나가는 배
너를 두고 간다는 아픈다짐도 없이 남기고 가져갈 것 없는 저 무욕의 땅을 찾아 가는 배여 가는 배여 언제 우리 다시 만날까 꾸밈없이 꾸밈없이 홀로 떠나가는 배 바람소리 파도소리 어둠에 젖어서 밀려올 뿐 ============================ 오랜만에 들어보고 써보는 정태춘의 노래 '떠나가는 배'입니다. 언제적 노래인가 찾아보니 1984년 발표입니다. 1984년이면.....그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니 참으로 한참입니다. 한창 파릇파릇하고, 한창 뜨거울 시절, 하지만 마치 조지오웰이 1984인양 항상 암울하고, 항상 눌려 있던 그 억압의 시절, 청춘의 외침이, 풀잎의 일어섬이 밟히고 짖눌리고 그러면서 또 일어나던 그런 1984년으로 제겐 기억됩니다
세월이 흐른 지금, 떠나가는 배를 듣는 마음은 또 다른 느낌입니다 어린 시절엔, 평화의 땅을 찾아가는, 무욕의 땅을 찾아가는 그 배를 바라보는 뜨거운 눈길이었다면, 지금은 그 배를 타고 강남길로 해남길로 떠날 채비를 하는 기분입니다.
무욕의 땅을 찾아가는 배에는 더이상 채울것도 없다는걸, 평화를 찾아 떠나는 배는 텅 비어도 된다는걸 이제사 조금 깨닫는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