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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07. 2019

긴머리소녀 - 둘다섯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 모습
달처럼 탐스런 하이얀 얼굴
우연히 만났다 말없이 가버린
긴머리 소녀야

눈먼 아이처럼 귀먼 아이처럼
조심 조심 징검다리 건너던
개울 건너 작은 집의
긴머리 소녀야
눈감고 두손 모아
널 위해 기도하리라

둘다섯의 노래 긴머리소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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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부터 비가 촉촉히 내립니다.
먼지가 잔뜩 쌓인 차 지붕위로,
목마른 잎을 잔뜩 벌리고 키만 키우던 풀들위로,
뜨거운 빛에 허덕이던 새들의 날개위로
촉촉한 빗방울이 떨어집니다.


아침에 창문을 여니 평소에 들리던 새소리보다먼저 빗방울 소리가 들립니다.
그 소리에 저절로 이 노래가 흥얼거려집니다.
'빗소리 들리면 떠오르는모습 ~'
이 노래가 떠오르시면,
이 노래가 흥얼거려지시면,
이 노래가 1983년 발표곡이라니
적어도 서른 여섯해의 봄날의 빗방울을 경험하신 짙은 감성의 소유자 이십니다.

토독토독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가 새삼 정겹습니다.
지붕위로, 마당으로, 나뭇잎 위로,
세상은 그렇게 변함없이 빗소리를 들려줍니다.
태아때의 엄마의 심장소리인양,
그 소리를 들는 아침은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어쩌면 자연만이 우리의 마음을 보듬어주는 가장 원초적인 치유자가 아닌가 싶습니다.

비오는 아침,
촉촉해진 가슴으로 세상 모든 아픈가슴들의 치유를 기원하며, 하루를 열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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