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이해인 - 능소화 연가 ========================
해가 지는 늦은 저녁, 앞마당을 걷다가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발치로 떨어진건 능소화. 방금까지 달려있던 능소화 한 송이입니다 꽃이 떨어지는 소리에 이리도 가슴은 철렁입니다. 나풀나풀 하늘하늘 소리도 없이 피고 지는 여느 꽃들과 달리, 능소화는 그렇게 툭 가슴을 때리며 떨어집니다.
매양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렇게 바람은 꽃을 흔듭니다 그렇게 바람은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그 바람에 마음은 그렇게 툭툭 떨아집니다 떨어진 능소화 한송이를 들어 가만히 바라봅니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들과 달리 능소화는 그 모습 그대롭니다 어쩌면 능소화의 낙화가 더 가슴 아픈건 방금 전 그 모습으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일까요.
어제까지의 사랑이 그렇게 가듯이, 대낮의 햇살이 그렇게 지듯이,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떠나듯이, 능소화는 그렇게 떨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