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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21. 2019

능소화연가 - 이해인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이렇게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은
당신이 보고 싶어
내 마음이 흔들립니다

옆에 있는 나무들에게
실례가 되는 줄 알면서도
나도 모르게
가지를 뻗은 그리움이
자꾸자꾸 올라갑니다

저를 다스릴 힘도
당신이 주실 줄 믿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내게 주는
찬미의 말보다
침묵 속에도 불타는
당신의 그 눈길 하나가
나에겐 기도입니다
전 생애를 건 사랑입니다

이해인 - 능소화 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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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지는 늦은 저녁,
앞마당을 걷다가 툭, 떨어지는 소리를 듣습니다.
발치로 떨어진건 능소화.
방금까지 달려있던 능소화 한 송이입니다
꽃이 떨어지는 소리에
이리도 가슴은 철렁입니다.
나풀나풀 하늘하늘 소리도 없이 피고 지는 여느 꽃들과 달리,
능소화는 그렇게 툭 가슴을 때리며 떨어집니다.

매양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그렇게 바람은 꽃을 흔듭니다
그렇게 바람은 마음을 흔들어댑니다
그 바람에 마음은 그렇게 툭툭 떨아집니다
떨어진 능소화 한송이를 들어
가만히 바라봅니다
시들어 떨어지는 꽃들과 달리
능소화는 그 모습 그대롭니다
어쩌면 능소화의 낙화가 더 가슴 아픈건
방금 전 그 모습으로 툭툭 떨어지기 때문일까요.

어제까지의 사랑이 그렇게 가듯이,
대낮의 햇살이 그렇게 지듯이,
그 사람의 마음이 그렇게 떠나듯이,
능소화는 그렇게 떨어집니다.

능소화 한송이를 따라 그려보며
이해인님의 능소화 연가 한 구절도 그려봅니다

세상의 모든 능소화를 닮은 마음들에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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