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이 넓은 유럽지역을 여행하다보면 꽤 많은 시간을 버스를 타고 움직입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레 눈에 들어오는건 파란 하늘과 너른 평야와, 저 멀리 윈도우 바탕화면 같은 나즈막한 산들입니다. 조금 더 높은 산이 있다해도 듬성듬성 올리브 나무가 서 있는 민둥산들이죠. 언뜻 보아도 누구하나 살 수 없을듯한 그런 산들뿐인 기억이 납니다
그런 산들을 보고 있노라면, 자연스레 우리의 산이 생각납니다. 어딜 가나 우뚝 솟아있는, 그리고 초록과 바위가 어우러진, 그러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수시로 찾아가는, 그런 우리의 산이지요.
어린 시절엔 그 산에 메아리가 산다했죠. 제가 자라던 서울 시내, 서대문자락의 작은 뒷산이더라도 산에가서 야호~하고 외치면 메아리가 들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그 메아리는 자연이 인간에게 대답해주는 다정한 대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제 본가를 가보면, 제가 올라가 놀았던 산자락엔 빽빽하게 아파트들이 자리잡았습니다. 두손으로 야호~를 외치기에 뻘쭘해져 버렸죠.
문득, 어린 시절의 그 메아리가 생각이 났습니다 그 메아리는 지금쯤은 어디에 살고 있을지, 북한산이나, 저 설악산에는 아직도 메아리가 살고 있을지, 지금쯤 그 메아리는 어떤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 갑자기 궁금해지는 하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