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Jul 17. 2019

타박네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타박 타박 타박네야
너 어디로 울고 가니
우리 엄마 무덤가에
젖 먹으러 찾아간다

물 깊어서 못 간단다
물 깊으면 헤엄치지
산 높아서 못 간단다
산 높으면 기어가지

가지 줄랴 가지 싫다
명태 줄랴 명태 싫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젖을 다오

우리 엄마 무덤 가에
기어기어 와서 보니
빛깔곱고 탐스러운
개똥참외 열렸길래

두 손으로 따다 들고
정신 없이 먹다보니
우리 엄마 살아 생전
내게 주시던 젖 맛일세

타박네야 - 구전가요
============================


올해는 나무마다 과일도 주렁주렁입니다.
꽃도 여기저기 한가득이지요.
꽃피고 열매 열려서 좋긴한데,
한쪽에서는 온난화탓이라고 걱정도 합니다.

과일이 많이 열리다보니 마당의 오얏나무가 매일 한바가지씩 열매를 마당에 쏟아내니 이것도 치우는게 일입니다.
나무에 약을 안쳐서 열매마다 벌레가 들어 먹지도 못하니, 농사일 못하는 서울촌뜨기가 나무 관리하는게 쉽지는 않습니다

떨어진 열매도 치울겸, 잔디도 깍을겸
이리저리 다니다보니 대학시절에 흥얼거리던 타박네라는 구전가요가 문득 생각납니다.
가사로는 애잔하고 마음 아픈 노랜데,
어느 순간엔가 뜬금없이 이렇게 흥얼거려집니다.

어쩌면 민초들의 아픈 시간속에서,
흥얼거리며 체념하며,
그렇게 아픈 마음을 달래며 불려오던 노래여서일까요.
암울했던 독재의 시절속에서,
힘든 노동의 시간속에서,
이 노래는 그렇게 각인되었었나 봅니다.

참외가 제철인가요.
더운 땀방울 잔뜩 쏟은 오늘은
엄마 젖맛나는 개똥참외 한입 크게 베어물며 식혀나볼까요.

세상 모든 지친 어깨들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문득 - 정호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