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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22. 2019

나에게 주는 시 - 류근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우산을 접어버리듯
잊기로 한다
밤새 내린 비가
마을의 모든 나무들을 깨우고 간 뒤
과수밭 찔레울 언덕을 넘어오는 우편배달부
자전거 바퀴에 부서져 내리던 햇살처럼
비로소 환하게 잊기로 한다
 
사랑이라 불러 아름다웠던 날들도 있었다
봄날을 어루만지며 피는 작은 꽃나무처럼
그런 날들은 내게도 오래가지 않았다
사랑한 깊이만큼
사랑의 날들이 오래 머물러주지는 않는 거다
 
다만 사랑 아닌 것으로
사랑을 견디고자 했던 날들이 아프고
그런 상처들로 모든 추억이 무거워진다
 
그러므로 이제
잊기로 한다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서는 사람처럼
눈을 뜨고 먼 길을 바라보는
가을 새처럼
한꺼번에
한꺼번에 잊기로 한다

나에게 주는 시 - 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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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김광석의 노래 '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흥얼거리다보니 이 노래의 작사가가 바로 류근 시인이란걸 보았습니다.

내가 아는 그 류근 시인인가하고 보니 그렇네요.
여태 흥얼거리던 노래에서 류근 시인의 마음을 보니 색다르게 반갑습니다.
그 참에 류근시인의 '나에게 주는 시'를 그려봅니다.

사랑 아닌것으로 사랑을 견뎌보려했던
아픈 지난 날들에서
이젠 그렇게 잊기로 합니다
비가 그친후 우산을 접듯,
마지막 술잔을 비우고 일어나는 사람처럼,
그렇게
한꺼번에 잊는다는 시인의 싯구절이,
비바람 지나간 후,
뜨거운 햇살속에서,
여전히 그리운 마음속에서
그저 메아리로 들려오는 오후입니다.

세상 모든 소란한 마음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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