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오전에 부는 바람이 사뭇 싱그러웠습니다. 적당한 습기와, 적당한 온기와, 적당한 시원함을 가진 그런 바람의 손길이 느껴집니다.
그 바람을 느끼며 문득 '어린왕자'가 생각나는건 왜일까요. 그저 아무생각없이 어린왕자 붓끝에 세워놓고, 기억나는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어린 왕자가 있는 별은 하루종일 노을을 볼수도 있는 별이었지요. 해가 지는것을 보고 싶으면 몇 걸음만 걸으면, 의자를 조금만 옮겨 앉으면, 그 노을을 볼수 있었지요.
하물며 그 별보다 더 작은 내 마음도 그러할까요. 조금만 움직이면 마음속 노을을 볼수 있을텐데요 조금만 움직이면 그 그리움을 열어볼 수 있을텐데요 조금만 걸어가면 기다리던 그것을 만날수 있을텐데요. 노을 향해 몇 걸음 움직이기보다 내 마음 속 발 한 걸음 움직이기가 왜 그리 더 무겁고 어려운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