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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l 30. 2019

생활과 예보 - 박준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비 온다니 꽃 지겠다

진종일 마루에 앉아
라디오를 듣던 아버지가
오늘 처음으로 한 말이었다

박준의 생활과 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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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시인은 종암동이라는 시로 제게 훅 다가왔습니다.
아버지의 뜨거운 눈물을 그린,
우리 모두의 뒷골목같은
추억으로 가슴 먹먹한 아버지를 떠오르게 하는 시인입니다.
그 박준 시인의 시 '생활과 예보'를 그려봅니다.
여전히 아버지가 등장합니다
마루에 앉아, 종일 아무말 없으시다가
'비 온다니 꽃 지겠다' 말씀하십니다.

왜 우리 아버지들은 그리 말씀을 안하셨을까요
왜 그리 혼자서 속을 끓이셨을까요.
돌아가신 아버지도 말씀이 별로 없으셨습니다.
그저 좋은 친구는 식사 때 소주 한잔.
세월이 흐르고 흘러
이렇게 아버지의 나이가 되어서야
그러시던 아버지의 고민과 고뇌를 조금이나마 공감 할수 있으려나요.

하루종일 아무말도 없으시던 아버지의
'비 온다니 꽃 지겠다'라는 말이 어른거립니다.
그 수많은 삶의 이야기들을,
그 무거운 짐의 이야기들을,
그저 툭 그 한마디에 담으셨겠지요
'비 온다니 꽃 지겠다'

간밤의 비에, 바람에, 앞마당에 떨어진 능소화 꽃송이들을 보며,
문득 지난 시간들을 생각해봅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들의 평화로운 하루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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