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빈 하늘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 난 눈물이 흐르네
누가 물어도 아플것 같지 않던
지나온 내 모습 모두 거짓인걸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대로 내맘에 둘거야
그대 생각나면 생각난대로 내버려 두듯이
흰눈이 내리면 들판을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눈에 덮혀가고
하얀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넘쳐
눈녹은 봄날 푸르른 잎새 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이문세 / 옛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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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세 님의 노래 옛사랑 중 한 구절을 그려봅니다
오랫동안 사랑받고, 광화문을 지날 때면 나도 모르게 여전히 흥얼거려지며,
그리움에 사무칠 땐 생각나는 노래입니다.
좋은 노래는, 좋은 가사는 언제 들어도 그 때에 맞는 감정을 전달해주는가 봅니다.
어린 시절에 광화문에서 흥얼거리던 이 노래와,
지금의 이 시절에 흥얼거리는 이 노래는 또 다른 느낌입니다
아마도 그 시기에 뿌려지는 우리들의 그리움의 깊이와 질감이 달라지기 때문이겠죠.
그렇게 광화문 광장에는,
돌담길 길게 늘어선 덕수궁 골목에는,
가로등 깜빡이며 비추어지는 집 앞 긴 계단 끝자락에는,
사람들 북적이는 버스 정류장에는,
커피 향 좋은 까페 한 구석에는,
봄 날의 떨어지는 벚꽃 잎 사이에는,
여름 날 내리는 장마 빗방울 안에는
가을의 붉게 물든 단풍 빛 사이로는
겨울날의 달밤, 소복하게 쌓인 흰 눈위에는,
우리들의 그리움이 묻어 있기 때문일겁니다
우리들의 사랑이 젖어 있기 때문일겁니다
그 불치병 같은 그리움은, 그 아픈 사랑은,
떨치고 잊으려 했던 그 순간들은 여전히 그렇게 우리 곁에 남아 있는가 봅니다.
그러기에 이젠 차라리, ‘그리운 것은 그리운 대로’ 내 맘에 둔다 합니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생각나면 생각나는 대로 내버려 두듯이 말이죠.
오월의 마지막 날,
어찌하지 않아도 꽃은 피고지고,
어찌하지 않아도 초록은 익어가고,
어찌하지 않아도 계절은 그렇게 또 흘러오고 가는 오늘,
그냥 내버려둠의 깊은 진리를 생각해봅니다.
움켜쥐지않고 내버려두는 비움의 가벼움을 생각해봅니다.
세상 모든 그리움의 안식을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