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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Aug 16. 2019

배은망덕 背恩忘德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한조각

우리집 고양이 나를 물었네
늘어지지 말라고
멍해지지 말라고
세상 향한 멍한 눈
정신 차리라고

우리집 고양이 나를 물었네
하루를 기억하라고
느슨해진  몸을 움직이라고
습관같은 하루를 기억하라고

우리집 고양이 나를 물었네
배은이 무엇이고
망덕이 무엇인지
모두다 사람들 자기들 기준인걸
정신 차리라고
깨어나라고

우리집 고양이 나를 물었네

배은망덕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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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쓸까 이런 저런 생각중에
우리집 키우는 고양이녀석이 도와주고 싶었나봅니다.
아침에 산책하라 내보냈는데 싸우는 소리가 들리길래
후다닥 달려가보니 동네길냥이와 대치중입디다.
부랴부랴 말리고 안고 돌아오는데,
이녀석 내손을 꽉 물어버리네요.

피 몇방울 흘리고선 괜찮으려나 하는데
점점 손이 붓고 욱신거려 할 수 없이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끌탕을 하십디다.
동물 싸우는거 말리다 많이들 물려온다고..
주사 한방 맞고, 약을 타서 돌어오니 이놈 참 괘씸합니다.

알레르기도 참아가며 거둬준게 몇년인데
이 녀석 이럴수있나 괘씸하다가도
저것들이 뭘 알겠나 생각도 해 봅니다
은망덕이란거도 사람의 생각이고
우리가 만든 기준인데
괘씸하다 해봐야 무슨 소용일까요.

돌아와서 약 바르는중에도 무심히 스윽 지 볼일보러 나갑니다.
그거 참, 뭘 탓할까요.
속상한 마음에 배은망덕 한 구절 그려봅니다
背恩忘德이란 한자에 마음 心이 세개나 있는걸보면
배신당하면 몸보다 마음이 아프기 때문인가 봅니다.
한 손으로 글쓰고
한 손으로 타이핑하려니
손도 욱신거리고
마음도 욱신거리는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아픈 마음에 위안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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