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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Sep 02. 2019

첫사랑 - 김용택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묻혀 캘리한조각

바다에서 막 건져올린
해 같은 처녀의 얼굴도
새 봄에 피어나는 산중의 진달래꽃도
설날 입은 새 옷도
아, 꿈같던 그 때
이 세상 전부같던 사랑도
다 낡아간다네
나무가 하늘을 향해 커가는 것처럼
새로 피는 깊은 산중의 진달래처럼
아, 그렇게 놀라운 세상이
내게 새로 열렸으면
그러나 자주 찾지 않은
시골의 낡은 찻집처럼
사랑은 낡아가고 시들어만 가네

이보게, 잊지는 말게나
산중의 진달래꽃은
해마다 새로 핀다네
거기 가보게나
삶에 지친 다리를 이끌고
그 꽃을 보러 깊은 산중 거기 가보게나
놀랄걸세
첫사랑 그 여자 옷 빛깔 같은
그 꽃빛에 놀랄걸세
그렇다네
인생은, 사랑은 시든게 아니라네
다만 우린 놀라움을 잊었네
우린 사랑을 잃었을 뿐이네

첫사랑-김용택
============================
김용택님의 첫사랑을 그려봅니다.
첫 사랑은 그러하다 합니다.
바닷가에서 막 건져올린 해 처럼,
새봄에 피어난 진달래처럼,
설날의 새 옷처럼,
첫 사랑은 그러합니다.
그 사랑이
자주 찾지않는 산중의 낡은 찻집이 되어갈떄
우리는시든 사랑을 이야기 하지요
하지만 시인은 이야기 합니다
인생은,사랑은 시든게 아니라
사랑을 잃었을 뿐이라고요.

어쩌면 지금 우리의 인생도,
지금 우리의 사랑도,
산 중의 낡은 찻집의 모습일까요.
그 찻집은 낡아 시든게 아니라
그 찻집을 보는 우리의 사랑이 식었을 뿐인것을요
찻집은 여전히 세월을 맞아가며
그렇게 그 자리에서 그 빛을 반짝이고 있는데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또 어떤 사랑을
그 낡아감에,
그  익숙해짐에
무심히 잃어가고 있을지도요
사랑이 시들었다 생각하면서 말이죠.
우리는 모두한때 누군가의 첫사랑이었는데 말입니다.

여러분의 잊혀진 사랑을 기억합니다
잃어버린 사랑을 기억합니다
세상 모든 낡은 사랑의 반짝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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