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가 시작되었습니다. 명절이 명절만큼 반갑지 않아 지고, 명절이 되면 찌뿌둥한 번잡함이 먼저 느껴지는 걸 보면 나이가 들어가나 봅니다.
소설가 김훈 님도 그의 추석 에세이에서 이리 이야기합니다 '지난여름은 징글맞게도 더웠다. 어느 날 갑자기 밤이 가고 아침이 오더니 찬바람이 도적처럼 들이닥쳐서 또 추석이다. ...김훈 의 추석에세이'
찬 바람이 도적처럼 불어오더니 '또' 추석입니다. 그 추석에 또 많은 이들이 '고향'을 다녀가겠지요. 김훈 님처럼 저도 서울 서대문에서 태어난 서울 토박이입니다만,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파주입니다 그래서 명절이면 서울로 가곤 했지요. 다른 이들의 고향처럼 실개천이나, 푸른 산이나 너른 들판이 반겨주는 게 아닌, 오래된 골목길, 서울이란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한적해진 낯선 8차선 도로, 어릴 적 뛰어놀던 그 땅 위에 번듯이 올라간 낯선 아파트 단지가 매년 생소한 그런 서울입니다.
그런 고향을 생각해보며 김훈 님 에세이에도 나온 정지용 님의 고향을 그려봅니다.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TV에선 즐겁게 귀향하는 사람들의 행렬을 보여주는 오늘인데, 문득 오늘은 이 시가 그려집니다.
그래도 즐거운 명절인데 너무 시니컬한가요? 누구를 위한 명절인지, 누구를 위한 연휴인지는 굳이 생각하지 말고, 명절 사흘, 잘들 지내고 오세요. 세상 모든 이들의 평화로운 명절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