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노라면 Oct 11. 2019

광장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광장이 시끌벅쩍합니다
또 여기저기서 웅성웅성합니다
이젠 이 골목 저 골목골목을 두고 다툼도 합니다.
네가 맞니 내가 맞니
네가 많니 내가 많니  시끄럽습니다
언제나 이데올로기는, 정치는, 종교는
그렇게 다툼의 역사인가 봅니다.

한 때, 한쪽 광장의 이야기는 절대 듣지 않았습니다.
들을 가치도 없고, 속내가 뻔히 보이고,
말하는 품세도 얄미워 애초부터 외면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그쪽의 열변을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건지,
뭐가 그리 억울한 건지,
들어보고 싶었습니다.
우연한 기회에 그 이야기를 한참을 듣고 나니,
일견 이해가 갑니다.
그들의 논리와 주장이 이해가 되지는 않지만,
그들이 왜 그리 외쳐대야만 하는지,
왜 그리 아우성인지 일견 이해는 갑니다.

광장의 아우성을 들으며,
문득 황희 정승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네 말도 옳고, 네 말도 옳다'
옳고 그름은 정해져 있지는 않습니다.
태초에 인간이 세상에 나와, 선악과를 따 먹을 때부터
옳고 그름은 정해진 것이 아니라 정한 자의 몫이었습니다.
수학과 과학엔 정해진 정답이 있지만,
세상의 삶에는 정답이 아니라 해답이 있는 이유가 그것일 겁니다.
내가 항상 옳은 것도 아니고,
저 쪽이 항상 틀린 것은 아닙니다

광장은 그래서 존재합니다
그 넓은 광장이 작은 조약돌이 박히고 박혀 큰 평평한 마당을 이루었듯이,
저들의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져 나와,
다양한 의견에서부터 모아 가야 합니다.
광장은 진영이 아닙니다.
둘로 나뉜 편가름의 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이러한 의견도, 저러한 이야기도
들어보고 생각해 보아야 하는 곳이 광장입니다.

절대 선도 절대 악도 구분하기 쉽지 않은 요즈음의 세상에서,
공정과 정의가 가야 할 곳엔,
세상의 진리가 가야 할 곳엔,
세상의 양심들의 선한 의지가 함께 하기를,
공동선을 위한 지혜가 함께 하기를,
모든 이들의 평화가 함께 하기를 기원해 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말의 품격 - 이기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