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친구들과 한 달에 한 번 정도 같이 운동을 합니다. 격의 없이 즐겁게 깔깔거리며 웃으며 운동할 수 있는 날이라, 마음에 부담은 없습니다만, 그래도 가끔 어느 순간엔 몸에 힘이 바짝 들어가는 때도 있습니다. 내가 이번엔 뭔가 잘해봐야지,, 할 때는 여지없이 몸에 힘이 들어가고, 그러면 당연스럽게도 헛손질, 헛발질로 낭패가 됩니다. 운동할 때 몸에 힘을 뺴라는게 진리입니다만, 사람 마음이 그렇게 안 되는 게 또 한계입니다.
운동만 그럴까요. 사람 만나는 일, 사람 대하는 일, 사회생활의 대부분이 그러하지 않을까 합니다. 뜨거운 청춘의 시절, 의욕이 앞서던 시절이 있습니다. 뭔가 만들어 내고 싶고, 뭔가 이루어 보고 싶고, 뭔가 보여주고 싶은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의욕이 앞서 어이없는 실수를 할 때도 있죠.
맘에 드는 사람을 만났을 때, 뭔가 잘 보이고 싶고, 뭔가 해보고 싶을 때 오히려 어색한 몸짓과, 앞뒤 틀린 말로 더 머쓱한 순간을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모두가 잘하려는 마음, 잡고 싶은 마음 때문이겠죠. 세월을 지내보니, 나이가 들어보니, 이 모두가 부질없는 헛 힘이더군요 잘하려는 마음만 잡고 싶은 마음만, 잘 보이려는 마음만 접으면, 세상 일이 가볍습니다. 어깨를 짓누르던 부담감도 사라지고 마음 구석을 묵직하게 하던 무게도 사라집니다 그 모든 게 내가 만든 무게였고 내가 만든 부담이더군요.
높고 파란 가을 하늘입니다 오늘은 쥐었던 양손을 느슨히 펴고, 웅크렸던 어깨에 힘을 빼고,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천천히 산책 한 번 나가 보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