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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팅의 순간

사노라면의 붓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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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다 보니 집에서 자주 커피 원두를 구워 먹습니다.
아내가 번번이 알려주지만, 저는 아직 로스팅 기를 다루기가 쉽지 않아 그저 구경만 합니다.
그러다 보니 로스팅하는 일은 아내 담당입니다.

원두커피를 로스팅하는걸 가만히 지켜보면,
로스팅하는 날씨, 로스팅하는 시간, 잠깐의 온도 차이에 따라 구워져 나온 원두의 상황이 달라집니다.
그러면 결국은 커피맛에 영향을 주기도 하고 말이죠.

원두가 구워지다가 팝핑이 되는 순간이 있답니다.
적절한 굽기로 구워져서 스스로 온도를 머금었다가 알맞게 익어 나는 순간인데, 그 순간을 조금만 지나면 강배전이 되어 쓰게 되고, 조금만 일찍 멈추면 설익어서 덜 익은 맛이 나게 되죠.
그러다 보니 그 적절한 순간을 조절하는 것이 저 같은 초보자는 엄두 못 낼 전문가의 손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로스팅의 순간 이야기를 들으며, '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해봅니다
눈의 깜빡임이라는 단어에서 '순간'이 기원했다 합니다.
깜빡일 瞬순과 사이 間간 입니다.
그야말로 눈을 깜빡이는 사이에 벌어지는 일인 게죠.
세상사 모든 일이 순간과 순간의 연속입니다.
그 순간 속에서 사랑도 하고
그 순간 속에서 좌절도 하고
그 순간 속에서 꿈도 희망도 자라납니다.
한 순간이 로스팅된 원두커피의 맛을 좌우하듯,
우리의 매 순간순간이 우리의 삶의 맛을 결정 지을지도 모르겠네요.

오늘 우리는 어떤 순간을 맞이 할까요
어떤 순간의 결정을 할까요
어떤 순간들이 모여들까요.
여러분들의 그 모든 순간순간 사이에 짙은 평화의 온기가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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